준기 요시다 (Junki Yoshida) 회장은 조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3세로 1949년생 오늘날 요시다 그룹의 모태가 된 요시다 소스로 2005년 일본판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일본인 100인’에 선정되는 등 미국 이민사회에서 성공한 이민자 리더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요시다 그룹은 지난 2003년 미국 중소기업국(Small Business Administration SBA) 선정 전미 24개 회사 중 FedEx, 인텔, AOL, 휴렛 팩커드 등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정도로 성공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말 사업상 LA를 방문한 요시다 회장을 만나 그의 삶과 인생, 경영 철학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요시다 회장과 가진 일문일답.
- 일본에서 재일교포로 살았다면 맘고생이 많았을 텐데 어린 시절은 어떻했나?
1912년 할아버지가 일본에 건너오셨다. 아버지는 사진 찍는 일에 푹 빠져 생계는 주로 어머니가 맡았는데 삯바느질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장사들을 하며 일곱 형제를 키우셨다. 나는 그중 막내이다. 아직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데(눈물을 닦으며) 하루 2~3시간 밖에 주무시지 못하면서 우리 형제들을 키워내셨다. 재일교포라면 아마 다 경험했겠지만 나 역시 이지메를 당했다. 특히 어릴 때 눈 한쪽이 실명되면서 일본 아이들에게 ‘외눈 재일교포’라고 불리웠다. 힘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주먹 세계에 빠지기도 했었다.
- 미국으로 건너온 계기는?
1964년도에 열린 도쿄 올림픽 때 미국이 1등을 했다. 정말 강한 나라라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고 동경하면서 일본을 떠나고 싶었다. 어머니도 야쿠자가 되는 것보다 미국으로 가라고 하시며 반대하지 않으셨다. 단돈 500불만 갖고 시애틀에 도착해 일본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려고 편도 비행기 표를 캔슬 했다. 이후 차 하나를 마련해 먹고 자며 가라테 가르치는 것을 직업으로 얻어 정착의 기틀을 만들어나갔다.
- 요시다 소스 개발과정을 들려달라
1969년 미국에 도착했을 때 영어도 안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라테뿐이었다. 힘들게 가라테 도장을 했는데 1982년 미국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가라테를 배우는 학생들이 줄어들어 생계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줘야 할 것 같아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준 불고기 소스가 생각났다. 이 소스를 조금 바꾸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선물로 나눠줬다. 하나의 소스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인지 반응이 매우 좋아 아예 돈을 줄 테니 소스를 만들어달라는 사람들이 생기고 입소문이 나면서 요시다 소스를 상품화할 수 있었다.
4번 망했지만 절대 일본 마켓에는 납품 안해
무조건 미국인에게 팔려고 미국 마켓만 노크
- 주류 마켓 진출 과정은?
사실 난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사업을 하면서 4번이나 망했다. 그러면서도 요시다 소스를 절대 일본 마켓에 내놓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 마켓에 디스플레이되면 일본 물건으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다. 나는 내 소스를 미국인들에게 팔고 싶었다. 현재도 코스트코, 세이프웨이 등에 진출해있지만 절대 아시안 푸드 섹션이 아니라 일반 바비큐 소스 섹션에 디스플레이되도록 했다.
- 얼마 만에 비즈니스가 궤도에 올랐나?
한 2년 정도 지나니 조금씩 로컬 마켓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마켓 별로 시식행사를 개최했다. 30년 전에는 시식회라는 이벤트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시끄럽게 사람을 모으고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이면서 판매를 시작했다. 아마 그동안 시식행사를 한 장소를 합산하면 약 2,000여 곳은 될 것이다. 시식행사에 필요한 육류는 Tayson에서 치킨을 지원받았는데 이 규모도 얼마 전 추산해보니 약 3만 파운드가량이나 되더라. 그만큼 요시다 소스가 많이 팔리니까 무료로 지원을 해주는 것 아닐까? 또 재미있는 콘셉트를 잡아 직접 광고에도 출연하기도 했지.
아~참 레스토랑에도 납품을 하는데 시애틀의 ‘Red Robin’이라는 곳에 ‘만세 버거’라는 메뉴를 개발해 요시다 소스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 40여 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성공하셨는데 경영 철학이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경영철학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 많다. 어머니는 옷, 신발,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장사를 하셨는데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기존 아이템에 만족하지 않고 기존 사업체를 팔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어렸을 때에는 ‘장사가 안돼서 가게를 파는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더 큰돈을 벌기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을 하신거다.
그래서 나도 요시다 소스로 성공한 후 다양한 업종의 사업을 시작해 현재 18개의 회사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고 보니 사람에게 가장 큰 적은 공포와 자존심이다. ‘공포’와 ‘자존심’으로 사람들이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어머니는 늘 ‘돈이 있어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또 ‘장사는 장사일 뿐 자존심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도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백번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내가 여기에 더 하나를 보태고 싶다. 오랫동안 사업을 해보니 열정을 갖고 일을 하면 주위 사람들도 함께 움직여주더라. 사업은 앉아서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갖고 사람을 만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내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귀인을 만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열정을 갖고 시작하면 이미 60%는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앞으로 계획은?
환자들을 위한 소스를 개발 중이다. 식도암 치료 및 검사 전에 먹어야 하는 특수 식사 등을 개발하여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환자를 위한 특수식은 앞으로 시장 상황이 매우 밝다.